50~60대 예비노년층, 시니어 문화를 바꾸고 있다 ① 남성편
50~60대 예비노년층, 시니어 문화를 바꾸고 있다 ① 남성편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2.03.02 14:39
  • 호수 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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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 적극 투자하는‘꽃중년 남성’ 소비의 중심이 되다
최근 50~60대 예비노년층은 매우 적극적인 문화생활을 향유하면서 자전거, 등산 등의 레저 스포츠를 적극 즐기며 건강을 지키고, 다양한 취미생활도 누린다. 외모에도 관심이 많다. 옷과 문화생활은 백화점에서, 외모는 미용전문점에서 가꾸며, 각종 전자기기 사용에도 익숙하다. 이들은 경제력 여부를 떠나 자신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백세시대은 시니어 계층에 편입돼 있는 이들 예비노년층의 면모를 남성과 여성으로 나눠 2회에 걸쳐 살펴본다. 이번 호에서는 새로운 소비계층으로 부각되고 있는 중년남성들의 이야기다. 이른바 ‘꽃중년 시대’를 열고 있는 남성 시니어들의 특징과 이들‘남심’(男心)이 선도하는 사회변화를 엿본다.

 

▲올 유통가 키워드는 ‘중년 남성’
올해 유통가 키워드는 중년 남성이다. 건강과 외모관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소비를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남성 소비자들의 ‘쇼핑 파워’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은퇴를 앞둔 50대 남성들은 ‘틈새시장’으로 거론될 정도로 기업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들은 자신을 위해 투자하며 인생을 즐기는 공통점이 있다. ‘노인’으로 인식되는 것을 거부하면서 활기차고 당당하게 은퇴를 준비한다. 꾸준한 운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기본. 여기에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적 풍조까지 더해져 염색이나 파마, 주름관리 등 외모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젊은 세대 못잖게 유행에도 민감하다. 실제 나이보다 더 젊고 건강해 보이는 중년 남성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은퇴 후 부동산 중개업을 하고 있는 안모(61·서울 동작구)씨는 “건강하고 활기찬 인생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를 가꾸는 일에 남자와 여자의 차이는 없다”며 “희끗희끗한 머리에 넉넉한 검은색 정장을 교복처럼 입고 다녔던 ‘아저씨’의 모습은 잊은 지 오래”라고 말했다.
실제로 안 씨는 주기적으로 미용실을 찾아 염색을 하고 머리손질을 한다. 약속 장소로는 커피전문점이나 패밀리 레스토랑을 선호한다. 또 취향에 맞는 패션 브랜드를 찾아 백화점이나 쇼핑몰을 방문하고, 피부 타입에 맞는 화장품을 골라 사용하고 있다. 건강을 위해 매주 사이클과 등산 동호회에 참석해 여가도 즐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중장년층 남성들이 패션과 외모에 관심이 많은데, 이들은 중후한 것을 찾기보다 젊어 보이는 의상과 소품을 찾는다”며 “이들이 최근 명품 및 패션시장에서 주요 고객으로 떠오르면서 남성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이 활발하다”고 전했다.

▲패션·미용업계, 중년 남성 모시기 ‘경쟁’
패션업계는 남성전용 의류매장을 개설하는 등 중년 남성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신세계 백화점은 지난해 10월 강남점 6층에 남성전문 패션관을 마련했다. 의류부터 가방, 벨트, 라이터, 안경까지 남성 패션에 필요한 모든 것을 한자리에서 구매할 수 있는 ‘편집매장’이다. 특히 유행을 선도하는 40여개 브랜드와 수집 가치를 지닌 한정판 상품들을 구비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슈와다담’(Choix d`Adam·아담의 선택), 2010년 ‘다비드 컬렉션’이라는 남성 전문 매장을 최초로 개장한 롯데백화점도 매장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경제 위기 속에서도 롯데백화점 남성부문 매출이 전년에 비해 26.2% 성장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롯데백화점은 남성 매장을 노원점·청량리점·일산점 등으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박상영 롯데백화점 남성 상품기획팀장은 “예전의 남성들은 옷을 입는데 그쳤으나 최근에는 옷뿐만 아니라 다양한 액세서리로 자신을 꾸미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며 “이러한 경향에 발맞춰 기존의 고전적 스타일의 옷에 자신만의 스타일로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옷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장에서는 남성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 교육도 마련하고 있다. 남성복 전문 브랜드 ‘마에스트로’ 김태현 과장은 “모든 매장의 판매직원들에게 남성복 스타일링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구매 고객에게 단순히 의상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의상과의 어울림 등에 대한 정보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남성화장품 시장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2006년 4700억원에서 지난해에는 1조원 규모로 5년 만에 2배 가량 몸집이 불어났다. 아모레퍼시픽은 2010년 국내 최초로 남성 전용 종합화장품 전문점인 ‘맨스튜디오’(MAN STUDIO)를 열었다. 1대1 맞춤 상담을 통해 피부 타입에 따른 화장품 추천, 피부 및 두피관리 등의 서비스도 제공한다.

피부과를 찾는 남성들도 크게 늘고 있다. ‘빈센트’ 피부과 이인수 원장은 “최근 3년간 40~50대 남성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주로 탈모 치료를 받지만 보톡스, 필러와 같은 ‘쁘띠성형’과 피부 노화 및 주름 개선에 효과가 있는 리프팅 시술을 받는 환자도 많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중년남성 타깃, 고기능성 식품도 인기
식품업계는 남성 전용 고기능성 제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남자 커피’를 강조한 ‘조지아 커피’는 포화 상태로 여겨졌던 캔 커피 시장에서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하며 틈새시장을 효과적으로 개척하고 있다. ‘한국코카콜라’는 2008년 조지아 커피 출시 당시 남성 소비자를 겨냥해 240mL의 대용량 제품을 출시하고 패키지 디자인에도 남성들이 좋아하는 검은색과 황금색을 썼다.

한국코카콜라는 “남성들이 주로 일하면서 커피를 마신다는 것에 착안해 직장인 남성을 위한 커피를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조지아커피는 프리미엄 제품인 ‘에메랄드 마운틴 블렌드’에 대해 지난달 초 새로운 광고를 선보이는 등 ‘남자 커피’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

담배 소비가 높은 남성들을 겨냥한 껌도 등장했다. 롯데제과는 ‘40분간 씹어도 맛과 향이 그대로’라는 광고 문구를 내세운 ‘아이디 에버라스트’를 최근 출시했다. 입 냄새뿐만 아니라 구강 청결에 신경 쓰는 남성들이 그만큼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 껌의 TV 광고에서도 강한 이미지의 남성이 모델로 등장한다. 가격은 기존 껌의 2배에 달하지만 꾸준히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음료업계도 ‘강한 남성상’을 앞세운 제품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음료업계는 지금까지 ‘V라인’ ‘S라인’ 등 여성의 미용과 다이어트에 초점을 맞춘 제품을 주로 출시했다. 하지만 최근 주목받는 남성 음료 시장에서는 ‘피로, 숙취 해소’를 키워드로 내세운다. 광동제약은 ‘남성들의 차’라는 이름으로 ‘힘찬 하루 헛개차’를 선보였다. 포장에는 강하고 힘찬 붓글씨의 느낌으로 ‘사내 남’(男)을 새겨 넣었다. 또, 격투기 선수를 광고모델로 남성을 위한 활력 음료임을 강조하고 있다. 매출액이 1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하면서 경쟁 업체도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처럼 식음료업계가 남성을 위한 제품을 출시하는 이유는 최근 남성들이 간식거리를 사기 위해 지갑을 여는 횟수가 늘었기 때문이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껌을 비롯한 과자류를 사는 남성의 비중이 2009년 10월 60.6%에서 2011년 10월에는 64.4%로 높아졌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남성 타깃 식음료 시장은 ‘블루오션’”이라며 “앞으로도 남성을 겨냥한 다양한 제품이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력만큼 ‘스마트폰’ 확산도 빨라
지하철에서 아이패드로 신문을 보고, 스마트폰으로 이메일이나 일정 관리를 하는 40~50대 남성들 쉽게 발견한다. KT경제경영연구소의 ‘스마트폰 시대의 모바일 디바이드’에 따르면 신규 가입자 4명 중 1명이 40~50대 중년층이다. 지난해와 비교해 40대 스마트폰 사용자는 두 배 이상 늘었다. 50대도 1.8%에서 11.9%로 껑충 뛰었다. 이미 중년 남성들의 스마트폰 구매율은 IT세대인 20~30대를 추월했다.

이는 새로운 유통채널인 ‘소셜커머스’(반값 인터넷 쇼핑몰)도 마찬가지다. 그루폰코리아 관계자는 “40대 회원은 5개월 동안 2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특히 40대 남성 증가율은 95%로, 40대 여성(85%)에 비해 더 빠르다”고 밝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40대가 소비시장 변화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기 시작했다는 것. 이에 따라 골프 연습장 이용권이나 등산용품, 넥타이, 구두, 벨트 등 명품 남성패션 소품 등도 큰 인기를 얻었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남성 시니어 소비자들이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이들의 욕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불편을 해소하는 전담부서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고령친화산업 및 노인문화 전문 인터넷 사이트 ‘시니어 통’의 조연미 대표는 “우리보다 중장년층 시장이 한발 앞선 일본의 경우 상장기업의 70%가 관련 전담 부서가 있을 정도”라며 “시니어 소비자들이 적극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추세인 만큼 이들의 욕구를 세심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최숙희 연구원은 “현재 중장년층들을 특화한 상품은 많지만 이들의 소비피해와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서비스는 전무하다”며 “기업들은 제품 개발과 함께 시니어 소비자들을 위한 전담 창구 및 서비스 개발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꽃중년’ 인가?

아래 질문의 5개 이상에 해당하면 당신도 중년신사다. 

1. 외모에 관심이 많다.
2. 다방면에서 취미생활이나 자기계발에 힘쓴다.
3. 다른 세대와의 융합에 적극적이다.
4. 패션이나 뷰티, 헤어스타일에서 평균 이상의 모험을 즐긴다.
5. 자기 취향을 쉽게 드러내고 그것으로 존재감을 확인한다.
6. 튀지 않으면서도 남과 다른 것을 추구한다.
7. 하루에 한번 SNS를 들여다보지 않으면 불안하다.
8. 종이 신문보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로 뉴스를 확인한다.
9. 회사 업무도 중요하지만 가족과의 시간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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