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제의 아픈 기억, 그 시간의 의미
[기고] 일제의 아픈 기억, 그 시간의 의미
  • 관리자
  • 승인 2012.01.06 15:29
  • 호수 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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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덕우 경기 안양 동안구 금호경로당 부회장

일제강점기와 남북전쟁, 분단의 역사를 이겨내고 대한민국을 세계 경제대국으로 이끈 산증인들이 있다. 경로당과 복지관, 병원에서 외로운 여생을 보내고 있는 이 시대의 노인들이다. 그 시절 겪고 당한 고통과 설움은 일일이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하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숭고한 희생이 뒤따랐던 조국의 아픈 역사에는 도통 관심이 없다. 무엇보다 씻을 수 없는 상처와 치욕을 남긴 당사자 일본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채 오히려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적반하장(賊反荷杖)을 일삼고 있다.
지울 수 없는 일제강점기의 아픔이 아직도 몸과 마음에 새겨진 노년세대들은 그저 울분만 토할 뿐이다. 억울하고 한스러웠던 그 때 그 시절을 알아주는 이가 없어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는 노인이고, 연약한 여인이지만 피 끓는 심정과 지금도 생생한 일제의 만행을 기록하고자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 나라를 빼앗긴 설움보다 배고픔의 고통이 더욱 컸다. 일제의 강압과 전쟁 속에서 소원이 있다면 배불리 밥 한 끼 먹는 것이었다. 이름 모를 풀로 나물을 만들어 먹고, 쌀을 불려 죽을 끓여 먹으면서도 늘 주린 배를 움켜쥐어야 했다.

일본인들은 부모님들이 힘들게 농사지은 곡식을 전부 걷어 갔다. 혹시나 곡식을 숨겨 뒀을까봐 기다란 쇠꼬챙이를 들고 다니며 집안이나 논·밭 이곳저곳을 쑤시며 다녔다. 꼬챙이를 들고 악랄한 표정을 지으며 겁을 주는 일경의 모습이 지금도 소름끼친다.

식량 배급도 제 때에 준 적이 없었고, 기껏 주는 것이 기름 짜내고 남은 콩깻묵과 양쌀이었다. 먹을 것이 없다고 하소연하면 나무를 깎아먹으면 된다며 모든 소출을 악착같이 착취했다. 곡식은 고사하고 은수저, 놋수저까지 모두 빼앗아 갔으니 야만인들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 근성이 아직도 남아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우기는 것 같다.

이유 없이 괴롭히고, 학대하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일본인들은 오히려 그것을 즐기는 듯 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때리고, 발길질을 일삼았다. 그들은 ‘빠가야로’란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일본인들이 키우는 강아지만도 못한 취급을 하면서도 죄책감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들은 우리의 민족성을 짓밟으려 갖가지 못된 짓을 다 하고 돌아다녔다. 국보급 문화재와 유물도 전부 제 것인 냥 가져갔다. 명산 곳곳에 쇠말뚝을 박고, 전국 곳곳에 새워진 비석과 능을 파괴하며 철저하게 말살정책을 펼쳤다. 전쟁에 필요한 군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젊은 남자들을 끌고 가서 금을 채취했다. 훈련 상대로 끌고 가기도 했다.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 돌아오지 못 한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한국의 인재들과 애국지사들은 감옥에서 모진 고문을 받으며 피 흘리며 죽었고, 꽃다운 나이에 펴 보지도 못한 순백의 처녀들은 성노리개로 씻을 수 없는 치욕을 당했으니 그 영령들이 어찌 눈을 편히 감을 수 있겠는가.

필자의 어린 기억 속에는 발바닥에 늘 상처가 있었다. 배급으로 준다던 고무신은 고사하고, 신발을 만들어 쓸 수 있는 짚마저 없어 거의 맨발로 다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글을 쓰지 못하게 핍박하며 철저하게 무시당했던 기억이 역력하다. 모진 핍박 속에서 유년기를 보냈던 그 때 시절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수많은 일본의 만행들을 어찌 이 작은 공간에 적을 수 있을까.

하지만 일본은 어떤가. 최근 선출된 일본의 새 총리는 “일본에는 전범 자체가 없다”고 주장하며 과거의 잘못을 뉘우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으니 천지가 개탄할 노릇이다. 전쟁 수행을 위한 식민지 수탈을 ‘한반도 통치는 한반도 근대화에 도움’으로, 위안부 강탈을 ‘노동력 동원’으로, 고대사에 대해 ‘일본은 독창적 문화로 대륙과는 다른 독자 세력권을 형성’으로 억지를 부리고 있다. 앞으로 일본과의 어떠한 외교전쟁도 불사해야 한다.

이는 우려를 넘어 미래 한일관계에도 큰 걸림돌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일본인들이여, 그대들이 죽인 죄 없는 사람이 몇 천만 명인가. 하루 속히 속죄하고 반성하지 않으면 하늘이 벌을 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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